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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경향신문 / 이 달에는 주여 - 조성화

이름
:  비고양이  (Homepage) 작성일 : 2005-01-01 00:41:34  조회 : 2411 

년도: 1990 / 공모처: 경향신문 / 당선작: 이 달에는 주여, 유리의 발전사 / 당선자: 조성화

이 달에는 주여 - 조성화



주여 이 달에는 제법 살 만하게 하소서
하늘 쏘다니는 저 갈가마귀의 입에서 떨어진
잎새 하나로 내 앞뜰의 쓸쓸함이 위로받게 하소서
비온 뒤라 선뜻 집나설 생각 없지만 집 밖의
비 맞은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자신을
가지게 하소서 확실히 지친 사람들이 더 많은 비를
맞고 당신을 찾는데 위로의 대명사여 이 달에는
제법 살 만할꺼라 속삭여 주소서. 눈길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가난한 발걸음들. 찬란한 골목에서 등 돌리고
편만하게 깔린 당신의 그림자에서도 빗나가
보는 삶이 삶의 전체가 아니다는 당신의 뜻이 왜
지극한 위로가 되는가 깨달을 듯 말 듯 하면서
외출화장을 한 기억이 까마득한 아내에게로 가는
저희들의 발걸음에 이 달에는 제법 살 만하게
해주겠다고 속삭여 주소서 이 달만큼은 틀림없이
살 만할꺼라 소리쳐 주소서  



유리의 발전사



요즘 유리는 깨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절대로 깨어지지 않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고 있다
깨진 유리조각을 들고 몇십 분간 난동 등의 기사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완전한 절망을 허락하지
않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신 유리
회사들은 판매액의 감소를 커버하기 위해서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물론 이 시간도 유리회사들의 권한 아래
있음) 유리의 색깔이 보기 흉하게끔 변하게 하여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대체하도록 만들 것이다 대체하기
를 꺼리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구청 철거반들의 무사안일
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 후 그러한 유리를 실은
차가 새벽길을 달리다 설령 몇 장의 대형 유리가
길거리에 쏟아져도 찬란한 유리의 산화는 목격되지 않을
것이다 상처난 것은 길뿐 유리는 건재할 것이다 더
견고한 유리가 되기 위해서 공장으로 가는 유리의 길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옛날에는 유리는 깨어
질 줄 알았다는)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지금 부지런히
유리를 깰 만큼 넉넉한 사람들 집의 유리벽은 이미 쉽사리
깨어지지 않는 첨단 기술의 유리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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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심사위원 : 김종해 , 유근조
 
상투적 화법 뒤에 숨은 새로움

 예선을 거쳐 넘어온 작품들 가운데 마지막 결선까지 남아서 논의의 대상이 된 백지환의 <바둑타령>, 金賢雅의 <술잔에 넘치는 우리들의 포옹을 위하여>, 이인원의 <붓꽃>.<羽化>, 박진의 <연필을 깍으며>, 조성화의 <이 달에는 주여>.<유리의 발전사> 이상이다. 결선까지 남은 이상 다섯 분의 작품들은 신인으로서의 자기 세계와 개성, 수준을 고루 갖추어 오랜 시간 동안 선자(選者)들을 고심케 하였다.
 백지환의 <바둑타령>은 연작시로서 일곱 편 모두 인간과 삶의 문제를 바둑으로 연결, 은유와 압축의 묘미를 보여 주었으나 독립된 한편 한편으로 따로 떼어놓았을 때의 취약 때문에 탈락되었고 金賢雅의 <술잔에......>는 시개와 사회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화해가 돋보였으나 언어의 긴장과 탄력이 따라 주지 못했다. 박진의 <연필을 깍으며>는 동화적 발상과 신선한 서정의 배합이 성장시(成長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인원의 <붓꽃>과 <羽化>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서정적 성찰(붓꽃)과 사물에서 얻어 내는 예리한 상상력(羽化)이 뛰어났으나 소품(小品)으로 그친 것이 흠이 되었다.
 당선작으로 뽑힌 조성화의 <이 달에는 주여>는 소품 형식이면서도 삶의 달관된 시각과 <주여......하소서>의 상투적 화법 뒤에 숨어 있는 만만치 않은 시적 기구의 새로움이 시의 격을 높여 주고 있다. 시인의 상상력이 좋은 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유리의 발전사>는 시인의 역량과 가능성을 동시에 받쳐주는 작품으로 보여 두 편을 함께 묶어 당선작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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