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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부산일보 / 쥐불놀이 - 박종현

이름
:  비고양이  (Homepage) 작성일 : 2004-12-21 09:07:51  조회 : 1622 

년도: 1990 / 공모처: 부산일보 / 당선작: 쥐불놀이 / 당선자: 박종현

쥐불놀이 - 박종현



겨울 들녘에서
묵시록 읽고 있는 바람소리 들린다

책갈피마다 서성이는 빈 그루터기
소유를 벗어 버린 계절이
밝은 햇살에 몸 씻고 다시 드러눕는다

누구든 한 번은 저무는 법
샛별 같은 깨달음에 눈뜰 때까지
허기로 저무는 들판 내달으며
쥐불을 놓던 내 심심한 유년이
흙바람 속으로 자물려 와 눈을 감는다

불티가 난다
낯익어 외롭잖은 허공으로
꿈의 질량만큼 가볍게 날아 오르는 불티,

아이들은 청보리 발목을 붙든 추위 녹을 때까지
떼고함으로 동맥을 덥히며 봄을 건지다
지순한 눈빛 가득 하늘을 담고
불 꺼져가는 깡통 곁에서 나이를 먹었지

불티가 난다
어지러운 세상 위에 엎드린 겨울 한복판
사지 굳은 샛강 언 피는 언 채로 역사를 적고
타고 남은 잿속으로 스며드는 낯선 문명 물이랑마다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 켜로 쌓인 채
시린 목숨 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녘 가득
살얼음으로 꿈을 숨긴다

천 년을 발돋음 해 온 들녘의 가슴팍
설익은 삶을 가둬놓은 시멘트집들만 널린 채
겨울 묵시록 시퍼런 목청이 전기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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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김규태 , 김준오

평범한 소재의 비범. 개성적 변용 돋보여

 현실적 긴장이 바로 시적 긴장에 등가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 긴장은 재료이지만 시적 긴장은 그 현실적 긴장을 예술로 승화시켰을 때만 획득되는 것이다. 이번 신춘문예 응모작품에서 유난히 문제점으로 느껴진 것은 이런 점이다.
 예심을 거쳐 결선을 오른 작품은 <평균율>, <종이 비행기>, <타이게투스 혹은 어느 몰락 지구에서>, <수원지에서>, <대설주의보>, ,<비의 소축>, <빗살무늬토기>, <쥐불놀이> 두 편을 두고 심의 끝에 결국 <쥐불놀이>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쥐불놀이>는 제목이 이미 시사하듯 제재 자체가 전통적이다.
 전통적인 것만큼 그것은 낯익은, 그리고 평범한 소재다. 이 낯익고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고 개성적인 것으로 변용시킨 점에서 이 작품의 상대적 탁월성이 있다. '유년'이란 통속적 시어가 옥에 티처럼 눈에 좀 거슬렸으나 전체적으로 시어에 무리가 없고 자연스러움이 우선 호감을 주었다.
 '묵시록 읽고 있는 바람소리'처럼 이미지들의 선택과 배합도 여간 신선하지 않앗다. 시적 긴장을 끝까지 지탱하면서 주제를 형상화하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비전을 제시한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당선을 축하하면서 계속 정진을 바란다.
 결선에 오른 작품들은 하나같이 버리기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현실적 긴장의 시대적 아픔과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예술적 고뇌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모두 대단한 시적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개성적인 표현, 구체적 묘사력 그리고 주제(사상)를 감성으로 극화시키는 통일된 감수성에서 진정한 시가 탄생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명심해 주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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