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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있었다 - 김재진

이름
:  비고양이  (Homepage) 작성일 : 2005-09-08 23:06:59  조회 : 1292 


네팔에 있었다 - 김재진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내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라 타이른다.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
끄덕이는 노새처럼 등짐을 지고
앞서 가는 저 소년처럼
힘들어도 웃음 보이며.

트레킹이 시작되는 페디의 주막에 앉아 나는
맨손으로 카레 먹는 사람들을 본다.
길가에는
천으로 만든 팔찌를 팔고 있는 티벳 난민들
비포장길을 달려가는 트럭 뒤로 뽀얗게
머물지 못해 쫓겨나온 내 마음이
먼지를 덮어쓰고 있다.
버리기 위해 온 이곳에서 나는 또
휴지 한 장 버리지 못하고 가야 할지 모른다.

포카라 떠나 카트만두 가는 길
에메랄드빛 콜라가 흐르는 계곡을 옆구리에 끼자
석양의 안나푸르나가 따라온다.
페와 호수에서 만났던 황금빛의 그 사랑
남루한 차림의 소년 하날 데리고 나는
설산雪山을 건지려 했다.
언제부터 잠긴 건지 헤아릴 수 없는
물 속의 히말라야
만년설에 묻혀 있던 신혼의 영국인을
할머니가 된 아내가 접수해갔다는 이야길 들으며
눈물짓는 사람 있다.

마치 꿀벌이 꿀을 모으듯 사람들은
눈물샘 깊숙이 눈물을 모아두나.
모아둔 눈물이 호수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한 방울의 눈물도 남아 있지 않은 나는
모르는 척 그저 바자르를 산책할 뿐
석양 뒤엔 저녁이.
저녁 뒤엔 또 건들거리며 졸음이 찾아올지 모른다.
등반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름이 실린다는
네팔의 일간지에 눈길 보내며
목소리 낮춰 다시 나는 나를 타이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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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1955 대구 출생  
      계명대 기악과 졸업  
1976년 < 외로운 식물의 꿈 >으로 조선일보와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
1985 <시인>지에 시 <어느 60대에게> 발표
1987년 < 누가 살아 노래하나 >
1990년 < 실연가 >
1997년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 어느 시인 이야기 >  
       '오늘의 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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